예술인 커뮤니티
소모임 활동낭독극을 관람하는 건 처음이라, 어떤 형식일지 궁금했습니다. 입장하니 스페이스작 아트큐브의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에는 카페로 사용되는 공간이라는데, 카페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 공연 대관 장소로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짧은 대기 후, 연출자님이 공연 에티켓을 설명해 주셨고 배우님들, 그리고 연주자님들의 자기소개와 함께 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용은 심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곧 죽게 되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 그녀가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려 할 때 나타나는 남자 주인공의 대화로 시작되는 로맨스가 곁들여진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었습니다. 보는 내내 내가 이 공연을 무료로 보아도 되는걸까?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무척 좋았어요. 배우분들의 발성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엔 낭독극이란 형식이 낯설게 느껴지고, 소품 없이도 극이 관객의 몰입을 돕게끔 잘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정말 괜한 생각이었습니다. 배우분들의 놀라운 발성과 연기 덕에 정말 1시간 동안 너무 즐겁게 몰입해 관람했고, 중간중간 감동적인 장면에선 눈물을 흘릴뻔했습니다. 배우분들의 표정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환자복을 입지 않았는데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제겐 보였고, 옥상이라는 배경이 상상되었습니다. 마치 소설을 읽으며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것처럼 배우분들의 낭독을 들으며 자꾸 풍경과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더군요.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배우분들을 보며, 연기라는 예술에 대한 감탄을 느꼈고 표정과 목소리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극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또 연주도 무척 좋았습니다. 처음엔 배우분들의 연기에 홀려 극에만 집중하느라 연주를 생각치 못하였는데 중간 즈음 문득 연주가 무척 좋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예전에 모 작가님이 좋은 만화는 연출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 좋은 연출은 독자가 연출을 신경 쓸 새도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주는 것이다, 같은 말을 하셨던 게 기억났습니다. 바로 이 연주가 그런 느낌이었어요. 관객이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느낌이라, 정말 신기했고.. 제가 평소 접해지 못했던 클래식 음악이라는 예술 분야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멋진 예술을 이제야 알았을까 싶었어요. 극이 끝난 후 마지막, 배우분들이 테이블에 모여 젠가를 쌓으셨어요. 젠가를 쌓으시며, 한 배우님이 "죽긴 왜 죽어!"라는 말을 하셨고 이어 다른 배우님이 "곧 크리스마스인데 말이야!"라고 덧붙이셨어요. 그리고 결국, 젠가는 잘 쌓이지 않고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떤 배우님이 "쓰러져도 괜찮아. 다시 쌓으면 되지."라는 대사를 하셨어요. 이 장면이 애드리브인지 짜여진 연출이었는지 긴가민가 했지만 뭐든 좋다는 기분이었습니다. 극의 내용과 어우러져 감동적이고 마음 시큰해지는 왠지 따뜻한 결말이었습니다. 8월부터 준비하셨다고 들었는데 약 100일의 시간동안 이렇게 멋진 공연을 완성하셨다니! 네트워크가 계속 활성화되어 다음에 또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날이 점점 추워지는 초겨울의 저녁, 너무 따뜻한 낭독극에 위로받고 감동받고 갑니다!
관람하러 먼 길 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즐거운 관람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