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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비추는 자가발전 콜렉티브, 광합단
  • 황바롬
  • 2024.11.21
  • 조회수  23

제목 : 서로를 비추는 자가발전 콜렉티브, 광합단

 

- 행사명 : 콜렉티브

- 장소 : 소현문(경기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357번길 11-20 1,2층)

- 행사기간 : 11.10(일) 17:00~19:00

 

 

24년 11월 10일 일요일 오후 5시, <경기예술인 소모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원 ‘소현문’에서 열린 ‘콜렉티브 운동’을 소개하는 릴레이 ‘렉처 퍼포먼스’의 첫 회차로 ‘광합단’이 맡은 행사에 리뷰어로 참여했다. 글을 쓸 때 되도록 작은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첫 문장부터 무려 4개나 써버렸다. 앞서 쓴 첫 문장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연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는 얘기다.

1) 소현문은 큐레이터 백필균이 운영하는 전시 공간으로, ‘가치를 드러내는 소박한 공간에서 무엇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다. (앗, 작은따옴표가 또!) 주소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257번길 11-20.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오후 12시부터 7시까지 열고 매주 수요일 쉰다. (1, 2월에는 1시간 단축 운영하고 화, 수 쉰다) *내용 출처 : 소현문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view/sohyunmun/

2) 콜렉티브(collective)라는 영어 단어는 ‘집단의, 공동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예술계에서 콜렉티브는 주로 ‘두 사람 이상이 협업하여 예술적 행위를 벌이는 임시 공동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작은따옴표 개수 세기는 이쯤에서 포기한다.)

3) 렉처 퍼포먼스는 ‘강의, 강연’이라는 뜻의 렉처(lecture)와 ‘주로 신체를 활용한 예술 행위’를 뜻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의 합성어이다. 큐레이터 백필균은 ‘예술가들의 작업 발표는 일반적인 학교 강연이나 학회와 달리 일종의 예술성을 가진 퍼포먼스로 해석할 수 있다’는 기획 의도로 렉처 퍼포먼스라는 타이틀을 붙였다고 한다.

4) 광합단은 사진을 주요 매체로 활동해 온 작가, 디자이너, 기획자 등의 사람들로 구성된 콜렉티브다. 2023년부터 매달 소책자 ‘진zine’을 발행하고(24년 11월 기준 20호까지 발행),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워크숍, 행사, 전시 등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내용 출처 : 광합단 홈페이지 https://gwanghapdan.notion.site/

 

광합단 대표로 발표를 맡은 고성 작가는 먼저 광합단의 결성 배경부터 멤버들, 그리고 광합단이 발간해 온 진zine을 소개했다. 진의 발행 방식이 꽤 독특한데 바로 모든 광합단 멤버가 돌아가며 편집장을 맡는다는 것이다. 매달 하나의 주제(연말연시, 집, 마음의 소리, 고립, 유리, 새 등)를 정하면 멤버들이 각자 사진을 찍어 편집장에게 전달하고, 모든 권한을 일임받은 편집장은 자신이 원하는 판형, 종이 재질, 프린팅 방법, 색, 배치까지 자유롭게 변형하여 하나의 진을 구성한다. 대신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그렇게 매달 20~40권 내외의 에디션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어 소개한 광합단 활동은 광합단과 타 브랜드, 혹은 기관과의 협업 프로젝트들이었다. 세미나부터 팝업 전시, 작가와의 만남, 해외 미술관 소장까지 규모와 형태를 아우르는 활발한 행보에 발표를 듣는 내내 “우와-(멋져!)”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감탄하는 한편, 짓궂은 질문들도 내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안 싸우나요? 진짜 안 싸운다고요? 혹시 서운했던 점은? 지치지는 않나요?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요? 왜 이렇게 잘하시는 거죠? 다음은 뭔가요?)

 

그러나 고성 작가와 함께 참석한 광합단 멤버 민완기 작가의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이들이 꾸준히 다양하게 그리고 즐겁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건 바로 광합단의 멤버들이 서로를 비추며 서로의 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자칫 고독하거나 쉽게 무력해질 수 있는 예술계에서 동료들과 함께 유무형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발산하는 긍정 에너지가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력으로 전환되는, 자가 발전 시스템을 갖춘 사람들이라 해야 할까. (이것이 친환경 에너지?)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창작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동료는 그래서 너무나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내가 무너지거나 쓸려가거나 무언가에 홀려 괴물이 되지 않게, ‘나’로 있을 수 있게 봐주는 존재 말이다. 때로 돌봐주기도 하고.

그래서 행사 제목과 달리, 광합단은 콜렉티브로서의 광합단의 정체성이나 콜렉티브로서 광합단을 지속하겠다는 포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모든 콜렉티브들이 선망할 만큼 ‘이상적’인 콜렉티브 활동을 하는 그들이지만, 오히려 자신들은 콜렉티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들이 만드는 진 또한 잡지처럼 보이지만 정식 간행물로 등록하거나 추가로 발간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중요한 건 콜렉티브의 업적보다는 ‘작업하며 잘 살아가는 것’ 그 자체니까. 각자든, 여럿이서든.

 

이 행사를 기획한 백필균 큐레이터는 발표가 끝날 무렵 광합단의 활동을 ‘무형(無刑)의 레지던시’같다고 말했다. 보통 유형(有形)의 레지던시에 입주한 작가들은 일정 기간 작업에 몰입할 물리적 공간과 비평가 매칭, 역량 강화 교육, 해외 교류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기관으로부터 받고, 입주 막바지에는 작업을 발표할 기회를 얻는다. 광합단의 활동은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광합단 내, 외부의 창작자 또는 기관들과 유연하게 협업하여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해오던 작업 이외에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게끔 한다는 데서 ‘무형의 레지던시’, ‘소프트웨어적인 레지던시’란 표현이 광합단에 참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자고로 창작자에게는 적당한 압박과 공개적으로 선보일 기회, 그리고 나의 발표가 허공에 퍼지는 외침으로 끝나지 않고 살갗으로 맞닿아 돌아오는 타격감이 있어야 다시 작업할 힘이 나는 법이다.

 

행사에 참석하기 전 내가 섣불리 예측했던 지속가능성, 자립, 판로 개척, 창업(!) 같은 얘기는 하나도 없어서 좋았다. 대신 내 안에서 어떤 반짝임이 튀어올랐다. 이 사람들과 또 만나고 싶다. 이 사람들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이 사람들과 같이 뭔가 해보고 싶다는 그런 사심들 말이다. (이게 바로 지속가능성 아닌가?)

어쩐지 신나버린 나는 광합단의 진 두 권을 사 들고 왔다. 여러 가지 ‘망했어요’를 담은 <Accident>(18호), 사진 마운트를 실로 엮어 만든 <Abstrace: Darkness>(19호). 내용의 재미와 형식의 재미 하나씩 골라봤달까. 곧 발행될 21호 주제는 <이탈리아>라고 한다. 다음 진이 나오면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을 아직 그리워하는 나의 동료 김은성(로마 가이드 출신)에게 한 부 보내줘야겠다.

 

아. 마치 휴양지 썬베드에 누워 온몸에 햇빛을 가득 머금고 온 것처럼 멋진 ‘광합’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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