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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김인희 개인전《꿰어진 푸른 낱말들》2024. 11. 6. - 11. 17. @아트 포 랩 마감
  • 박하은
  • 2024.10.28
  • 조회수  180

김인희 개인전

꿰어진 푸른 낱말들

 

 

시간을 건너 수놓은 말들

박하은(아트 포 랩 디렉터)

전시 《꿰어진 푸른 낱말들》은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서 시작된다. 김인희(b.1986) 작가는 평면 회화의 틀을 넘어 옷과 부식된 페인트, 합판 등의 재료들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통과한 시간과 경험을 낱말을 꿰어내듯 삶의 흔적을 담아낸다. 일견 희미하게만 보이던 삶의 패턴들은 아이의 출생 직후 받은 암의 진단과 함께 맞닥트린 시간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항암 치료와 출산, 그리고 재발이라는 개인적인 사건은 단순한 고통의 기록을 넘어서, 그의 삶을 다시금 꿰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과거와 마주하는 그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도 다시 대면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미래를 향해 건네는 메시지를 직조하고자 한다.

김인희 작가에게 은 시간과 기억의 층을 담은 물질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과 아이로부터 비롯된 일상적인 물건들을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품의 재료는 옷, 합판, 그리고 부식된 페인트다. 각각의 재료는 일상적인 동시에 시간의 흔적이 담긴 채 부식된 상태로, 마치 조각처럼 설치되어 우리 삶의 얇게 벗겨진 껍질을 드러낸다. 작가는 옷의 패턴을 자르고 부식된 페인트를 입히며,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자아와 삶의 복잡한 양면성을 표현한다. 작품에 사용된 옷들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라 작가 자신과 가족, 특히 아이와의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아기의 배냇저고리, 개인적인 메모, 암 진단과 관련된 서류 같은 것들이 옷의 패턴으로 합판 위에 재단되고, 부식된 페 인트는 삶의 불완전함을 상징하며 작가의 내면적 변화를 드러낸다.

부식된 페인트와 결합된 파란색 역시 그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성수동 작업실의 낡은 벽과 대구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이 겹쳐 만들어 낸 공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속 파란색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 가는 기억과 세월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푸른 빛으로 녹슨 듯 물든 표면은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작가가 겪은 삶의 경험과 감정적인 변화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성을 상징한다.

어제라는 시간적 개념 또한 작가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암이라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통해 작가는 어제와 오늘을 연결하며, 어제의 낭만을 회상하지만 그 속에 담긴 슬픔과 갈등 역시 마주한다. 작가에게 '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전시는 그 상실과 더불어 삶의 회복과 재창조를 이야기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세계는 오랜 시간 미국의 빈티지 문화와 히피의 영향을 받아 자유에 대한 갈망으 로 채워졌다. 미국 문화와 히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어린 시절의 동경은 현재의 삶과 묘하게 얽히면서, 현실의 제약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상반된 감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암이라는 육체적 제약과 재발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회적 메시지와 엮어가며 새로운 자아의 초상을 그려나 간다. 이러한 모순된 요소들은 작품 안에서 서로 얽히며 복합적인 감정의 공간을 형성한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예술로 승화시켜 의미있는 초상으로 만들어 낸 본 전시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 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단서들이 결국 우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김인희의 작품들은 미래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어제의 우리에게 전하는 상징적 메시지다.

 

기간

2024. 11. 6. - 11. 17.

시간

11:00 ~ 18:00

(휴관없음)

장소

아트 포 랩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33번길 22, B1) 

참여

작가 | 김인희

전시 서문 | 박하은

아카이브 사진 | 구의진

후원

안양시, 안양문화예술재단

2024 안양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신진예술 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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