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커뮤니티
소모임 활동
『소로리 협동조합』은, 안성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4인의 작가 모임입니다.
무더웠던 9월이 지나, 청명한 가을하늘이 된 10월. 저희 소로리 협동조합은 그간 준비했던 프로젝트의 끝맺음을 위한 전시를 열었습니다. 4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의 기간동안 진행하며 모인 여러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경기도 안성시 내리의 고려인 밀집거주지역의 상가건물을 임대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전시를 진행하는 1달여의 기간동안, 매주 1회씩 고려인들의 문화를 경험해보는 '국시 체험하기' 및 '고려인 상점 방문' 행사 또한 병행하여 진행하였으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낸듯 합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한복을 입고있는 고려인들의 모습이 길게 놓여져 있습니다. 어딘가 낮설으면서도 익숙한 외모를 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모를 아련함이 가슴을 찔러옵니다. '이방인'의 신분으로 태어난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서 살고있는 그들이지만, 그 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한복을 입고있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제법 그 태를 갖추고있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들의 사진 뒷면에는, 'A가 되어 행동하기' 라는 짧은 이야기가 벽에 쓰여져 있습니다. 내리에 거주하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쓰여진 이 소설은, 이방인인 'A'가 또다른 이방인인 고려인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이해하기위해 행동했던 과정들이 주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A'는 프로젝트를 진행 해 온 제가 될수도. 내리에 거주하고있는 그 누군가일수도. 혹은 전시장을 찾아와 고려인에 대해 알게된 여러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시장의 내부에는, 프로젝트 중 진행했던 고려인들의 인터뷰 내용과, 그들에게서 받은 가계도를 이용하여 만든 모빌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실제 내리에 거주하고 있는 여러 고려인들의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으며, 그들의 삶이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음 또한 알 수 있습니다.
가계도를 이용해 만든 모빌에는 키릴문자로 그들 가족의 이름이 쓰여져 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여러 고려인들에게서, 삐뚤빼뚤한 한국어로 쓰여져 있는 가계도를 받았을 때 왠지모를 그들의 이해심이 느껴졌었습니다. 가계도를 작성을 요청 드릴때 한국어로 작성해 달라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았었지만, 당연하다는듯 저희를 위해 그렇게 작성해 주었고, 저희들 또한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익숙치 않은 그들의 문자를 직접 써보며 다시금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고자 하였습니다.
매주 1회씩 진행한, 국시체험 및 고려인 상점 방문행사도 저희의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방문해 주어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여러 방면으로 저희를 도와준 '김 바실리' 씨와, 체험행사를 위해 통번역을 도와준 '천 디아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성공적인 행사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시'라는 그들의 음식은, 그 모습이 우리의 잔치국수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다만 그 의미는 잔치국수와는 사뭇 다릅니다. 잔칫날 여러 손님들의 속이 허하지 않도록 빨리 빨리 내어줄 수 있는 , 그리고 긴 면발처럼 오래오래 살라는 장수의 의미를 담고있는 우리의 국수와는 달리, 강제이주를 당해 먹을것이 귀하던 시절,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넣어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 먹던것이 그들의 국시입니다. 마치 한국전쟁이후 생겨난 부대찌게와 비슷한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부대찌게가 더이상 가난한자의 음식이 아니듯, 국시또한 그렇습니다. 이제는 손님이 집을 떠날 때, 먼길을 가기 전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우리의 마음이 담겨있는 하나의 '정'입니다.
결코 짧지않은 한달이라는 전시 기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고, 이 글을 쓰기 하루전인 어제, 저희 팀원들이 모두 모여 전시를 철수하였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를 끝냈기 때문에 후련해야겠지만, 제 마음속에는 아쉬운 감정이 계속해서 묻어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료 작가와 서로 계속해서 의논해 온 하나의 화두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획을 위한 대상화' 입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모든 예술활동을 기획하시는 분들이, 특히 다문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시는 분들 모두가 고민을 하고 있는 주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생각한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1회성의 프로젝트로 그들과의 인연을 끝내버리는 것이 아닌,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관계속에서 또다른 프로젝트의 기획을 도모하는것 이었습니다.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내리에 위치한 '내리안 다문화가족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고려인들과의 맺어짐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추후 또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경기 예술인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여러 예술가분들에게 소개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멋집니다.
대상화 문제도 함께 고민하시고... 단발성 진행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맺기로 확장하고자 하시는 노력도 인상적이구요.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예술언어를 통해 사회 속에 공명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아직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로리협동조합 팀의 꾸준한 활동 응원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