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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4> 예술과 정책 사이, 더 나은 연결을 찾아서
  • 관리자2
  • 2025.10.10
  • 조회수  44

 

‘올해 여름이 당신이 경험하는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피터 칼무스(Peter Kalmus)의 말처럼 기후는 지구에 사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경기도예술지원정책은 예술인의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킨다. 비단 예술인 뿐일까? 예술지원정책이 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예술인의 날개짓을 지나 경기도민의 문화적 삶에 도달한다.

"예술지원은 나에게는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는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시선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의 투자’라 생각합니다"
– 황소정 시각작가
"예술지원은 지속가능한 예술창작이 도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는 싸이클을 구조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
– 김태현 연극·뮤지컬 배우

경기도(경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정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서로의 답을 나누기 위해 경기도 거주 예술인과 기초문화재단 실무자들이 모였다. 하필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들어왔음이 확실해진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1> 창작과 생존의 줄타기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2> 예술 작업 생애주기로의 패러다임 전환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3> 인공지능 시대,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
질문하는 원탁, 예술 현장의 목소리 <4> 예술과 정책 사이, 더 나은 연결을 찾아서

 

 

예술인의 현장: 기초문화재단과 정책 사이
“각 재단에서 겪었던 문제와 예술인들이 겪은 문제를 서로 보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 

 

기초문화재단은 광역과 지역사회, 정책과 예술인 사이에 위치한다. 예산과 인력 등 여건은 열악하지만 예술인과 가장 가까운 접점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 생태계를 설계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7.8.(화)  경기상상캠퍼스 공간1986

7.15.(화) 의정부문화역 이음 모둠홀

- 모더레이터: 신민준
- 참여재단: 부천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안양문화예술재단, 화성시문화관광재단, 광명문화재단, 평택시문화재단, 과천문화재단, 양평문화재단, 의정부문화재단, 파주문화재단, 구리문화재단, 성북문화재단 (총 12곳)

 

냉정과 열정 사이 = 기초문화재단 담당자의 현실과 바램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으면 경기도 예술지원 전략의 방향성이 보인다. 열정을 잠재우는 냉정한 현실도 보인다. 이 시선이 지역의 예술인에게 향해 있음이 보인다.

 

“예산 이야기를 하면 항상 마음이 무겁죠. 장르 지원 외에 다른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지금 장르 지원조차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지원까지 넓히는 것이 과연 지역 예술인들이 진짜 바라는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과거에는 창작 중심의 지원이 당연했다면,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고,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사회적 소수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예술이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영역으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예술 31은 예산의 50% 이내에서 공연이나 시각 예술 외에 청년으로 배분을 하든 다른 걸 하든 기획 사업 등을 편성할 수 있게 열어주었지만, 그렇게 되면 기존에 이 사업을 통해 창작 활동을 하시려는 분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깁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되어요. 결국 예산 안에서 다양성을 높이려다 보면, 누군가는 자신의 창작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이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기획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리서치 랩이라든지, 특정 주제를 던져주는 방식이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결국 한정된 파이 안에서 나누기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인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그에 맞는 인력 충원이 필수이고, 공모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책 수립 또한 탄탄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는 문화정책팀과 예술지원팀이 함께 화성시다운 예술 정책 수립을 위해 긴밀하게 논의 중입니다.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예술지원 확대와 실질적인 수요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고, 이를 위한 논의 테이블도 문화정책팀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질문이 ‘창작 중심의 지원이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사업이 끝난 뒤 만족도 조사를 하거나 하면, 커뮤니티나 협업적인 방향을 지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항상 나옵니다. 특히 광명 지역은 공간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발표할 공간이 없고, 대관은 경쟁이 심해서 늘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공간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문화도시 예산은 부천에 있어 정말 소중한 문화예술 실험의 마중물이었죠. 2022년에 예술 지원사업과는 조금 결이 다른 ‘예술 유통’을 중심으로 한 실험을 시도해 봤습니다. ‘예술 마켓’, 즉 ‘예술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시도였는데요. 부천은 특히 공예 작가가 많아서, 이들과 함께 플리마켓 형태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고,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시범 사업을 마무리한 뒤, 2년차부터는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유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을 넣고, 시민들이 생활권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지역 밀착형 모델을 설계했습니다.” 

“도시권 문화재단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저는 도시의 다양한 취향과 생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 안에서, 문화재단이 하나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TF처럼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지역 문화 생태계를 확장하고, 예술가를 지지하는 토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포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복지재단, 청소년재단, 문화재단 등 다양한 재단들이 존재하고, 각각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의 사업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재단은 고유의 정체성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 속에는 예술인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내 여러 기관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뿐 아니라 돌봄 영역의 봉사자들, 활동가들을 어떻게 조직하고, 문화예술을 넘어서 전반적인 사회 기능으로 이 체계를 작동시킬 수 있을지를 말이죠. 이는 해당 관내 기관들이 함께 합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컨설팅 제도’를 도입해 봤어요. 다양한 고민을 컨설턴트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후 모니터링까지 연계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예산 제약으로 인해 저희는 디자인 자체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내가 만약에 이런 한계에 꺾였다면, 이 지역의 예술인들은 더 꺾여 있을텐데 이들을 어떻게 구제하면 좋을지 그런 디벨롭이 필요한데, 지금 구조에서는 결국 모든 것이 기초문화재단의 역량에 따라 달려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저희는 계속 이 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지원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 자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예산이 위축된 상태에서 200개 단체가 몰린 상황에서도 겨우 15개 단체 정도만 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과연 기초문화재단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원 사업의 방향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단체별로 예술인들의 성향이나 방향성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문화재단의 성장 - 네트워크와 학습 생태계

기초문화재단 담당자는 냉정한 현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열정으로 지역예술생태계의 온도를 높이는 방안은 무엇일지도 고민한다. 그 답으로 기초문화재단 스스로 공부하고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노동환경을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이야기했다. 

 

“혼자서 44건의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정말 외롭고 힘듭니다. 하루 종일 전화만 받다가 끝나는 날도 많아요.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직률이나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탈출을 막는 것’입니다. 실무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선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건 기초문화재단에 맡겨서는 안 되고, 경기문화재단이 주도해서 일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네트워킹 교육도 중요하지만, 영역별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기초문화재단 노동자 네트워크 같은 게 있다면 좋겠어요. 열 명이 시작했는데 혼자 남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갈 곳도 없고요. 중간 다리도 너무 없습니다.”

“지역 재단의 대표이사님이나 저희 팀장님처럼 정책 방향에 깊은 고민을 가진 리더가 있다면, 그 생각이 전반적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재단 내에서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문화재단에서 이뤄지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시도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걸 잘 수집해서 경기 차원에서 끌어내고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경기문화재단이 그런 시도를 중개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에서 쌓은 사례들을 잘 정리해서 ‘뷔페’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경기에서 단일 인력을 파인다이닝 셰프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각 재단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하기보다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통합 모니터링단을 요청시 파견해주는 방식이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체부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생활문화 기획자 양성과정’을 운영했는데, 저에게 큰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문체부 – 경기도 – 경기문화재단 – 기초문화재단 – 시민(예술가)이 함께 하는 협력 구조’의 좋은 사례로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했던 ‘예술로 가로지르기1)’라는 프로그램이 사실 예술인들과 기획자 모두에게 연계된 프로그램이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특히 좋았던 점은 결과물이 아주 풍부하고 두껍게 나왔다는 점이에요. 계속해서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죠.” 

“경기도 차원에서 교육과 네트워킹 자리를 더 자주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실질적인 역량 강화에 도움될 것입니다.” 

“연구자, 기획자, 홍보나 판매 등 인력풀과 인프라에 대한 공유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는 정말 알아볼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러한 도움은 현장 종사자들의 업무역량을 높이는데 꽤 유익하지 않을까 싶어요.”

1) ‘예술로 가로지르기’는 전문예술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 기획자 육성을 위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진행된 경기문화재단의 창작기획워크샵 프로젝트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가, 기획자, 청년들이 모여 교류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함.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발간물 및 시청작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음 https://www.ggcf.kr/books/93

 


질문은 계속된다

경기도의 예술지원은 경기라는 생활권의 지역성과 예술가의 실제 삶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연구에서 질문으로 질문에서 논-의로 논의에서 정책으로’의 여정에서 현재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 원탁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모더레이터 이지연이 해 주었다.

 

"모든 참여자분들이 현실적인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주신 덕분에,
이 라운드테이블은 발언을 넘어서 ‘공감’과 ‘연결’의 자리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이러한 대화의 자리가 더 자주, 더 깊이있게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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